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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 음식 일년나기 - 간장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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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촌대장금 작성일2012.02.13 조회4,424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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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2월 11일)
극단이 음식단막극 창작에 한창일때
저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엄마 평촌댁 ㅋㅋ) 큰들 1년 음식맛을 좌우할(?) 간장을 담았습니다.

간장은 아무날이나 마음내키는대로 담는게 아니라
꼭 말 (馬)날 담아야 색깔이 예뿌고 발효가 잘되고 장맛이 달고... 등등 그렇답니다.
그래서 엄마는 설이 지나자마자 간장담을 '말날'만 생각하고 계셨지요.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말날, 2월 11일
평촌댁과 저는 간장을 담았습니다.

▼ 우선, 지난 11월달에 진숙이랑, 진묵이랑 함께 만들어 말려놓았던 메주를
깨끗히 씻어 말려둡니다. (이건 그 전날 엄마가 미리 해 두셨어요)
원래 발효가 잘 된 메주는 하얀 곰팡이가 피는데 이 메주는 꺼멓꺼멓합니다.
그 이유인즉슨....
메주 메달때 벼 짚을 같이 넣거든요.
그렇게하면 벼짚에 들어있는 고초균 (바실러스균)이 메주의 발효를 돕는다고합니다.
그런데 그만....
우리가  짚단을 너무 많이 뭉쳐넣는 바람에 통풍이 잘 안되서 그렇다는군요. ㅠㅠ

걱정하는 저에게 엄마는, '그래도 발효되고나면 괜찮다'며 위로를 하시더군요.
( 지난 김장 때 양념맛이 달다고 큰들 식구들이 걱정할 때 '삭고나면 괜찮아질것'이라고
근거없이 장담하던 저랑 어찌그리 똑같던지 혼자 속으로 웃었어요. 하하)
어쨌든.... 엄마는
그 전날 메주의 짚단을 뜯어내고 씻어 말려서 바로 담을 수 있게 준비를 해 두셨습니다.



▼ 그리고 분량의 물에 (180리터) 소금 (약 40킬로?)을 넣고 녹입니다.
이 때 물은 아무 물이나 쓰는것이 아니라 꼭 '좋은 물'을 써야한다고 합니다.
우리 집에 지하수가 펑펑 나옴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산에서 내려오는 옆집 '좋은 물'을 길어다 통에 담아두셨어요.
꼭 대작대기로 저어야한다며 어디선가 대나무를 구해와서 젓고 있는 평촌댁 ^^
왜 자꾸 사진을 찍냐고 수줍게 웃으십니다.
큰들 사람들에게 얘기해줄라고 그런다고 했더니
장이 맛있어야될낀데.... 하며 걱정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물이 중요해서 옆집 물까지 길어다 쓰는 정성이면 분명 장도 맛있을것'이라구요. ^^



▼ 여튼 소금을 저어 열심히 녹입니다. 소금을 젓는것도 예삿일은 아니더군요.
엄마랑 저랑 둘이서 번갈아가며 저었습니다.
그렇게 저어둔 소금이 녹기를 기다리며 구들막에 앉아서 옛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얘기부터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야기,
그리고 한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던 엄마의 아픈 이야기들....



▼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소금이 다 녹았습니다.
이제 장독에 메주를 차곡차곡 넣습니다.
맨 밑에 북어 깔고, 메주넣고 소금물 붓고, 숯도 넣고 대추도 넣고, 깨소금도 넣고....
그런데 제가 말린 빨간 고추를 안 사와서 그건 엄마가 내일 구해서 넣기로 했습니다.



▼ 이렇게 해서 간장 만들기가 끝났습니다.
큰 장독 2개에는 큰들 1년 먹을 간장과 된장이 익어갑니다. ^^


해마다 엄마는 얘기하시죠.
인제 팔 다리가 아파서 내년에는 못 만들어주것다.
너그가 만들어 묵어라.
그러면서도 엄마는 늦가을이 되면 전화를 하십니다.
'은주야, 너그 간장 우짜끼고? 몇월 며칠이 무슨 날이니까 그날 메주를 만들면 좋은디...'
장맛을 보면 그 집안 음식맛을 안다고 하지요?
건강한 식탁의 기본이 되는 간장, 된장을 만들어주시는 평촌엄마 고맙습니데이 ^^

간장을 다 담고나서 점심 때....
지난 설날 제가 단식한다고 떡국 못 먹은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엄마는 지난 닭장, 굴장 등 맛있는 양념과 달걀 지단, 김 등을 푸짐히 넣고
맛난 떡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일부러 니 먹일라꼬 푸짐히 넣었다 따실 때 얼릉 묵어라'며 떡국 한 대접을 권하시는 엄마.
아직은 회복식 중이라 떡국은 못 먹고 국물만 조금 먹고왔지만....
큰들 덕분에 저도 모처럼 엄마랑 좋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댓글목록

단원님의 댓글

단원 작성일

어머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ㅠㅠ

홍삼캔디님의 댓글

홍삼캔디 작성일

간장,된장이 이렇게 만들어 지는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내내 맛있게 먹고 만 있었으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밀려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어머니,,,ㅠㅠ님의 댓글

어머니,,,ㅠㅠ 작성일

간장, 된장에 함께 담긴 어머니의 따뜻한 정이 느껴져서,
숙연해지고 감사한 마음 한 가득ㅜㅜ.......
정성으로, 사랑으로 맛있는 장을 만들어주시는 어머니 !!
오래오래 꼭, 건강하세요^^

쌀가루님의 댓글

쌀가루 작성일

와.. 진짜 감동이네요ㅠ  간장 먹을때마다 생각날듯!

눈물님의 댓글

눈물 작성일

눈물이 핑 돕니다..
어머니 사랑!!
고맙습니다!! 어머니~~

이은미님의 댓글

이은미 작성일

잠깐들러 글을 읽는동안 마음이 엄마를 불러 일으키네요  큰항아리만 봐도 행복하시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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