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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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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은주 작성일2011.04.03 조회3,94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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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까 찬물에 손넣어도 별로 시린 줄 모르겠습니다.
봄이 오니까 바람이 블어와도 별로 추운 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이 좋고
아침보다는 한낮 햇살이 좋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겨울에도 시린 찬물에 손 넣어가며,
언 땅 녹여가며,
언 닭장 물 녹여가며,
한밤에 얼어터진 보일러 고쳐가며,
꽁꽁 언 수도에 열선 감아가며 그렇게,
큰들의 곳곳을, 식구들의 생활 곳곳을
살펴준 고마운 사람들 생각이 났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몇 개월간은
그 사람들이 찬 물에 손 넣지 않아도 되고
동파된 보일러랑 배수로 때문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그늘진 수돗가에서 찬 바람 맞아가며 이런 저런 설거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냥 따뜻해서 좋기만 하던 봄이
또 다른 의미로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작은 장독 뚜껑 하나 씻을때도,
나중에 따뜻하면 해야지,
나중에 햇살 들어오면 해야지
하고 미뤄두는데
물 마신 컵 하나도 그때 씻기 싫어서 미뤄두는데
추워도 미룰 수 없고,
추울수록 더 움직여야 했던 사람들이 생각나서
자꾸만 고맙고, 자꾸만 미안하고,
이 봄이 고맙게만 느껴지던 엊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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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글님의 댓글

사진보다 글 작성일

사진을 보는 재미는 사진을 찍었던 사람의 시선을 함께 들여다 보는 것이라서 좋고,
글을 읽는 재미는 글쓴이의 마음에 다가가 한번더 생각해보고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때때로 사진보다 더 흥미롭고 감동적일때가 많지요..
이 새벽에... 은주언니의 글을 읽다가... 마음이 찌르르...하고,
저 또한 우리 큰들식구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고,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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