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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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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숙 작성일2009.05.06 조회4,25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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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니라면 우리가 그 길에 그 먼 곳까지 갔을까?

진주, <큰들>을 찾아가는 얘기다.

 

집 떠나면서는 함께 나서는 막둥이에게 지도에서 찍어주면서

"문경 갔다가 진주 갔다가 하룻밤 자고 집으로 올거야.

자 봐봐, 이렇게 하면 이등변삼각형이지?"

지난 주간, 중간고사 시험 범위 중에 삼각형, 직각 이런 게 나오던데

직각삼각형은 배웠어도 이등변삼각형은 모르겠단다...^^

암튼...

 

문경을 떠나는데 또 소낙비다.

이미 두 차례 쏟아부어 적당히 적셔놓은 다음인데,

어쨌든 이번에는 자동차 뒷자석에 비스듬히 앉아 바삐 움직이는 와이퍼를 본다.

주르륵 흐느끼듯 줄지어 흘러내리다가 달리는 힘에 튕겨져나가는 물방울들,     

이탈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있으려 하지만...

문득, 근간의 내 모습인가 싶다....

 

큰눈을 껌뻑이며 졸지 않으려는 운전자를 두고

막둥이와 나는 사이좋게 기대 앉아 세상 모르고 잠이 든다.

무슨 배짱인지 나는 이 차만 타면 무조건 잔.다. '다왔어' 할 때까지....^^

간간이 엉덩이가 배어 부시시 눈을 떴다가는, 아직 길이네, 다시 잠들기를 몇번..

문득 깨니, 사방이 어둡다.

"진주 다 왔어." 

"근데 공연이 9시인 거 맞나? 뭔 공연이 그리 늦어?"

서진주 톨게이트를 나와 진주시내로 들어서면서 진주성이 어딘지 지도좀 보란다.

"무조건 11시 방향!"

어찌어찌 뉘집 처마밑에 차를 대고, "외부차량 절대주차금지"에도 불구하고...

 

진주성에 들어가 풍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끌려간다.

<진주성싸울애비> 공연이 시작되어...소싸움 중이다.

사람들 사이를 피해 잔디 위에 깔아놓은 비닐자리 한귀퉁이에 자리잡아 앉는다.

이미 이야기에 깊이 빨려들어가 있는 듯한 주변 사람들은 지방말이 분명한 한 소리에

까르르 단체로 웃어댄다.

부슬부슬 비도 오고 막둥이는 영 자리가 불편한 모양이다.

내 발등위에도 앉았다가 비켜 앉았다가, 급기야 빗발이 굵어져

내가 깔고 앉았던 비닐을 걷어 머리부터 뒤집어 쓰고 앉았더니..결국을 '쌩까며' 저리 가버린다..^^

이야기는 흘러 김시민 장군이 쓰러지고...아뿔싸 전멸이로구나...

지레 결론을 내고 앉았는데 ..승리의 함성이다....코끝이 찡... 

..공연이 끝나고...기념촬영 중인 배우들을 살피며 대표님을 찾는데

저기 음향시설 근처에서 보인다.

우리 일행을 보고는, 아무 연락도 없이 짠 나타난 우리를 무척 반긴다...^^ 

그 와중에도 지나가는 단원들에게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난 걸 치하하고

멀리서 온 손님들의 인사도 받으며

진주성 근처에는 잠잘 곳이 없으니 극단으로 같이 가자고 한다.

진주시내를 벗어나 진양호를 지나 사천으로 가는데..이정표 많은 밤길이..좀 불편하다....

가는 동안 살림사는 얘기를 듣는다...어려움이 많았겠지만...이제는 뿌리를 많이 내렸구나...

게다가 내년에는 1달 일정으로 일본 순회공연을 간단다...와우... 

 

사천으로 들어서는 길에 바로 <극단 큰들>이 자리하고 있다

연습동은 벽면에 고구려벽화 그림이, 기둥 사이 벽에는 삼족오 문양이 그려져 있다.

한눈에 ...이들의 지향을 알 수 있겠다...고 한다면 지나칠까?...암튼, 기분이 좋다...

먼저 도착한 우리가 자리잡고 앉아 갓 사온 문경사발에 차를 나누고 삼해주을 나누는 사이

시계는 자정을 넘기는데 단원들은 그때서야 분장도 지우지 못하고 연습실에 들어선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뒷풀이..늦은 밥도 먹고 술도 나누고 노래도 나누고 선물도 나누고...

간간이 말을 섞는 전대표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아름다운...예쁜...' 이다.

말처럼 그들 모두 예쁘고 아름답다...^^

공연 팜플렛에서 사진으로만 존재하던 그들 얼굴이

이내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왁자한 살아움직이는 얼굴이 된다....이렇게 '앎'을 넓혀가는 거구나....

 

단원들과 대표님의 다음날 일정 때문에 새벽 4시경에 잠자리에 들고

우리는 그 아침 8시 안 되어 살며시 숙소를 빠져나와 다시 진주로 들어왔다.

촉석루 맞은편 대밭에도 들르고

진주냉면집도 찾아가 배불리 냉면 한그릇씩 먹고

..전화로 물어 찾아갔는데..주인 할머니, 아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해주신다.

따순 선지국도 한그릇 내주시고...커피도 한잔 하고 가라신다... ^^

그 시장통에서 넙다란 진주누룩도 4판이나 샀는데...아쉽게도 공장에서 나온 거란다...

 

집으로 고고...

한나절을 고속도로에서 다 보내고 해가 기울면서 집에 들어서는데..

일박이일 일정에 24시간은 길에서 보내는 모양이다....

그래도 1년에 1번 손꼽아 기다리는 봄소풍인걸.

올해는 진주 그들을 알고 오는 큰 기쁨이 있다.

그리고 나...다시 추스릴 맘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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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원서지은님의 댓글

창원서지은 작성일

정말로 짜잔하고 나타나셨다 선배님 표현그대로 살며시 가버리시고 T.T
멀고 먼길 찾아주신 그 맘으로 그저 반갑고 고마운데
바리 바리 싸들고 오신 갖가지 술에 저희들 입도 좋아서 야단이었지요..
술과 음식, 그리고 삶에 관한 해박한 이야기들은 귀도 즐겁고 가슴도 채워주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구수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담에 오시면 이번에 못간 육거리 곰탕 꼭 모시겠습니다^^

총무윤영미님의 댓글

총무윤영미 작성일

우와~  일박이일을 쭉 읽으며 재미있고 큰들에 대한 말씀들도 감동이었습니다.
그 먼거리를, 처음으로 오신 것이었을텐데 대접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나 맘이 가네요.
살며시 가시도록.. 한 것도 죄송하고..
저는 지난 경희민동 때 뵙고 10개월만에 두번째로 뵈었었는데,
따뜻한 느낌의 얼굴이 얼마나 눈에 박혔던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요^^
늘 감사하구요. 꼭! 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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